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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서울사케페스티벌

Aomato 2024. 5. 28. 05:01

 

어제(5월 26일) 서울사케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다양한 주종을 얕게나마 경험해 보았는데, 사케의 경우 쌀과 누룩, 물만으로 상당히 복합적인 주질의 양조주를 빚어낼 수 있다는 것에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특히 작년부터 사케에 조예가 깊은 분의 도움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사케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초심자의 입장에서, 분명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청주 비슷한 술인데도 사과, 파인애플, 배, 요구르트의 노트가 직관적으로 잡히는 것에 센세이션을 느꼈다.

 

요즘은 스피릿보다 양조주가 더 취향에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사케는 심층적으로 파는 사람도 적고 여러모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해 고인물들이 너무 많은 다른 분야에 비해 파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공부하고자 이번 행사에 참여하였다. (물론 맛있는 사케 시음할 목적이 훨씬 컸지만..)

 

보통 이런 글에는 사케의 역사나 제조공정, 주질의 분류방법 등을 인트로 삼아 이래저래 써 두는 것이 좋을 것이나 그런 것 정도야 나보다 경험이 더 많은 다른 분들의 블로그나 심지어는 나무위키가 더 잘 할 것 같으니 생략한다. 그럼 바로 시음 후기로 들어가 보겠다.

 

우선 맛이 별로였거나 기존에 마셔본 적이 있었거나 너무 여유가 없었거나 하는 것들은 최대한 배제했다. 시음 현장에서 갤럭시 노트를 두드리면서 짧게나마 인상을 표현하려 노력해서, 술마다 쓸 말이 그렇게 길지는 않은 점이 아쉽다.

 

사케의 맛 표현에 능하지 않기도 하니 사케를 어느 정도 마시는 분들이라면 "아니 이 양조장을 안 돌았다고?" "아니 거기서 그걸 왜 느껴? 미맹임?" 등등 여러 말을 하고 싶으실 수도 있겠으리라. 결국 혀와 뇌가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사실 간도 더 성장해야 할 것이, 원래도 술에 강하지 않은데 열심히 시음을 하던 결과, 아무래도 후반부터는 감각이 온전했다고는 말을 못할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단은 끄적거린 것을 바탕으로 뭐라도 던져 보려고 한다.

 

좌) 고쿠류(黒龍) Crystal Dragon, (중) 카모니시키(加茂錦) 니후다자케 준마이다이긴조 비젠오마치 (우) 미무로스기(みむろ杉) 준마이다이긴조 야마다니시키

 

 <코쿠류>

막상 행사장에 들어가니 어딜 갈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익숙한 브랜드길래 찾아가 보았다.

- 준마이긴조: 들큰한 바나나와 구운 향의 조화가 마치 로띠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맛은 비어있는 것이 아쉬웠다.

- Crystal Dragon: 의외로 평범평범하고 둥글한 사케. 딱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없었음.

 

<카모니시키>

사케현 니가타 현의 맛도리 양조장. 2024 랭킹 기준 2등이다. 니후다자케 라인업이 유명한데, 요 라인업 친구들은 독립병입 위스키 마냥 라벨이 스펙 위주로 간략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에 준마이다이긴조 사케미라이를 마셔보았는데, 진짜 GOAT였다.

- 니후다자케 준마이다이긴조 비젠오마치:  이전에 느꼈던 감상과 비슷하게 훌륭했지만 사케미라이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미무로스기>

나라 현의 근본 넘치는 양조장. 보다이모도와 로망 라인업을 마셔보았는데 어우 메론향이 매우 상당했던 기억이 있어 방문했다.

- 준마이다이긴조 야마다니시키: 기대를 해서 그런가, 안정적인 '정종' 맛 정도로만 느껴졌다. 구체적인 노트잡기는 실패.

 

이소지만 (磯自慢)

 

<이소지만>, <치토세츠루>

각각 시즈오카와 홋카이도 삿포로의 지사케이다. 특히 이소지만은 시즈오카 2위를 자랑한다. 이소지만 준마이긴조는 시즈오카에서 사와서 마셔본 적 있고, 치토세츠루는 삿포로 놀러갔을 때 숙소 바로 옆이었는데 일정 여건상 가지 못해 아쉬웠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가서 준비된 술 중 상위 라인업들을 마셨는데, 음... 맛없진 않았지만 워낙 쟁쟁한 사케들이 많았던 터라 감동은 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노트도 안 썼지.

 

(좌) 와카무스메(わかむすめ) (우) 시치다(七田)

 

<와카무스메>

출품회에서 금상을 받아 떠오르는 화제의 신생 양조장. 총 세 종이 있었지만 그 중 둘은 VIP/바이어 전용 시음이며 한 종만 시음이 가능했다.

- 우스하나사쿠라 무로카나마겐슈: 파인애플 맛이 강하고 산뜻하다. 이거거든. 알콜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쭤보니 '어른의 주스'를 의도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무로카나마겐슈다 보니... 이송/보관 이슈만 아니었어도 하나 집었을 것 같다... 내년 사케페는 아예 겨울에 했으면 좋겠다.

 

<시치다>

- 준마이긴조 야마다니시키 13: 바나나 향이 강하다. 과실이나 탄산감은 시음 중인 병이라 그런지 딱히 잘 와닿지 않았으나 어쨋든 일반적 사케보다 도수를 낮춰 상쾌하고 마시기 쉬운 주질이다.

- 준마이긴조 오마치 50 무로카나마: 무로카답게 강력한 쌀술의 뉘앙스과 약간의 긴조향. 은은한 배의 단 향. 그러나 맛은 그다지 풍부하지 못하다. 생각보다 노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카쿠레이(鶴齢)

 

니가타 현 9위 정도 양조장. 몇 가지 마셔봤는데 노트를 안 썼다.

 

야마노코토부키(山の壽)

<야마노코토부키>

모던 사케로 유명한 후쿠오카현 양조장. 사케랭킹 순위는 낮지만 도전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양조장이다. 화이팅!

- 프릭스 1: 백포도의 식감. 중간 정도의 탄산감이 존재하지만, 주시하고 프루티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 프릭스 2: 머스캣을 씹고 있는 듯한 느낌의 강한 포도 맛이 지배적이다. 매우 재미있다.

 

(좌) 하루카스미(春霞) (우) 카이운 (開運)

 

<하루카스미>

아키타의 next-5 소속 양조장. 미사토니시키라는 쌀을 사용하고 있다.

- 화이트 라벨: 바나나와 열대과일을 방불케 하는 복합적인 과일향이 느껴진다. 맛은 특징적이지 않다.

- 하루카니시키 연구회: 쌀의 감칠맛이 지배적이다. 나머진 몰루?

 

<카이운>

시즈오카현 3위의 양조장. 2월에 야마나시에 침공했을 때 무로카나마를 까서 맛있게 마셨던 기억이 있다. 이거 시즈오카 갔을때 맛있게 먹었어요~ 하니까 놀라셨다. 양조장 위치가 궁금했는데, 지역홍보도 겸하시는지 아예 관광지도를 꺼내 주셨다. 대충 가케가와시 근처에 있는 모양.

- 무로카나마: 아 이거거든... 강렬하고 풍부하게 퍼지는 누룩향과 배 쪽 과실이 느껴진다. 나머지 라인업은 좀 그닥이었다.

 

(좌) 쿠메지마노 쿠메센 (우) 잔파 아와모리

 

아와모리다. 안남미와 흑누룩으로 만드는 증류주. 최근 LG 트윈스 우승주로 한국에서도 알려지게 되었는데, 꽤나 취향을 타서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한다.

 

<쿠메지마노 쿠메센>

오키나와 서쪽 구메지마에서 생산되는 아와모리. 6월에 구메지마 여행 갈 때 증류소를 가려고 했는데 이게 예습이 되네? 다만 아쉽게도 8년, 12년 등 상위 라인업을 출품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스 자체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 보여서, 사장님과 여러가지 떠들었다. 사실 구메지마 가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당장 사장님도 본섬에 살고 구메지마는 가끔만 간다고 한다.

- 블랙 5년 쿠스: 깊은 감칠맛이 있는 쌀소주. 마셔보니 왜 호불호를 타는 지 알 것 같다. 은은한 누룩취와 콤콤함이 좀 있는데, 나는 괜찮았지만 민감한 사람이라면 기겁을 하고 도망칠 맛이다. 아와모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40도의 도수임에도 알콜의 화한 맛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또한 신기하다.

 

<잔파 아와모리>

한국에 많이 수입되고 있는 대중적인 아와모리. 그러나 상위 라인업도 다수 만들었는데...?

- 잔파 토리키치: 쌀의 짭쪼름한 꼬린내와 누룽지스러운 구수함이 있다. 맛이 좋다. 가격을 보니? 918000원. 아무래도 아와모리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좌) 자쿠(作) (우) 사라(彩來).

 

<자쿠>

전국 43위 미에현 2위에 빛나는 양조장. 미에의 명주.

- 미야비노토모 나카도리: 사과의 배의 황밸 융합이 생각나는 과실의 맛이 팔레트에서 넓게 퍼진다. 향과 피니쉬는 절제되어 있고 고급스럽다.

- 카이잔: 위 뉘앙스의 전체적인 강화판. 악센트가 강해진 느낌이다. 

 

<사라>

전국 38위 사이타마현 2위.

- 준마이긴조: 굉장히 달다. 산뜻한 바나나향과 크리미한 단맛이 덮쳐왔다가 칼로 자르듯 사라진다.

- Vesper: 청포도와 머스캣의 맛이 느껴지며, 미약한 복숭아의 뉘앙스도 있다.

 

(좌) 미이노코토부키(三井の寿) (우) 야마모토(山本)

 

<미이노코토부키>

정대만 사케로 한국에서 유명한 후쿠오카의 양조장. 후쿠오카 내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이 양조장 술들이 유명한 이자카야가 후쿠오카에 있다는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 준마이긴조 와인코보: 상당히 재미있다. 와인효모를 썼고 라벨도 와인스러운데 맛도 비슷한 것이 참 특이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준마이다이긴조 사케미라이: 맛도리같아서 기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운맛이 튀고 과실이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았다. 아래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드라이하게 뽑는 양조장 같다.

- 정대만 사케: 향도 맛도 피니쉬도 슴슴한 편이지만 쌀의 고소한 감칠맛이 특징적이다.

 

<야마모토>

이곳 또한 아키타현의 next-5 소속 양조장

- 스파클링: 컨디션 이슈가 있는지 탄산감이 잘 느껴지지 않고 누룩취가 튄다. 전반적으로 별로...

- 퓨어블랙: 매우 카라쿠치하고 샤프한 느낌이다. 그러나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좌) 와카나미(若波) (우) 타카(貴)

 

<와카나미>

전국구 71등이지만 후쿠오카현에선 1등. 젊은 파도라는 뜻 답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 양조장. 개인적으로는 이번 서사페에서 가장 감탄한 술이 있었다.

- 준마이다이긴조: 매우 풍부한 과실향 (청사과 + 배 + 복숭아의 조합)과 적절한 산미로 절제된 고급스러운 맛

- 준마이긴조: 매우 달달한 사과향이 확 치고 올라온다. 잘 익은 추석 햇사과 느낌까지도 나는 듯하다. 매우 직관적이다. 이 친구가 가장 좋았다. 혼자 마시더라도 그냥 집어올 걸 그랬다.

 

<타카>

야마구치현의 핫한 양조장

- 노쥰카라쿠치 준마이: 굉장히 드라이하며 소비뇽블랑과 비슷한 뉘앙스가 난다.

 

타츠리키 (龍力)

 

<타츠리키>

효고현 2등 양조장

- 코메노사사야키: 쌀과 대화를 하며 만들었다고 하는 술. 실제로 사케주제에 누룽지스러운 짭조름함이 올라온다. 다만 매운맛이 좀 있는 편.

- 드래곤 블랙 에피소드 2 나마: 바나나 위주의 단 맛이 있으나, 똑같이 매운맛이 정제되진 않았다.

- 준마이 에피소드 3: 위와 비슷한 감상. 그러나 조금 더 마시기 쉽고 사과 쪽 프루티가 있다.

- 시보리타테: 은은한 바나나와 크림의 향이 있고, 입안 가득 달달한 바나나가 퍼진다. 피니쉬의 알콜취가 아쉽지만...

 

호오비덴(鳳凰美田)

 

<호오비덴>

아무래도 유명하다. 도치기 현 2위의 양조장으로, 전국 47위이다. 수입사 이벤트 참여 부스이기에 막 입장한 분들이 훅훅 훑고 지나가서, 미리 양해를 구하고 구석에 찌그러져서 천천히 시음하며 후기를 썼다.

- 미루마리 fly high: 스파클링의 뉘앙스가 확실히 존재한다. 맛은 비교적 둥글둥글하며 약간의 트로피컬한 화사함이 존재한다.

- 츠루기: 프루티하지만, 적절한 드라이함으로 절제되어 있는 황금 밸런스형 사케. 하지만 나의 당-선호 혀를 만족시키기엔 충분치 못해 보였다.

- 아카반: 아마구치와 카라구치의 중간 정도로, 고급스러운 적포도 향이 비교적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드라이함 속에서 피어나는 고결한 과실의 이미지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 블랙 피닉스: 보다 농후한 포도의 뉘앙스가 있다. 피니쉬까지 과일맛이 짙게 이어지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좌) 난부비진(南部美人) (우) 겐비시

 

<난부비진>

시즈오카인줄 알았는데 이와테였다. 헉... 이와테현에서는 아카부에 밀려 2위다. 여기도 콩라인이구만. 부스에 일회용컵이 떨어져서 개인잔으로만 시음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행히도 입장 때 기념잔을 하나 받았다. 서사페 감사합니다.

- 심백 야마다니시키 준마이다이긴조: 매우 프루티하고 산미가 밸런스를 잘 잡아주었다. 그러나 알콜이 살짝 튄다.

- 토쿠베츠준마이: 긴조향과 프루티가 사라지고 매운맛이 더 튄다. 흠.. 좀 쉽지 않다.

 

<겐비시>

숙성 사케를 내놓은 양조장이다.

- 쿠로마츠: 즉석에서 중탕하여 데워 주신다. 아이 좋아라. 나도 나중에 겨울에는 누루캉이나 마셔봐봐야지.

- 미즈호 쿠로마츠: 무려 쇼츄에 가까운 감칠맛과 뉘앙스가 난다. ?이거 증류한거아니에요?? 하고 물어봤는데, 사케 맞단다. 숙성 사케는 이런 느낌인 것인가?

- 즈이쇼 쿠로마츠: 쇼츄와는 다른 종류의 구수함이 느껴진다. 숙성 쌀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후로는 뭔가 후기도 짧아지고 사진도 적다. 저런.

 

(좌) 닷사이(獺祭) (중) 호라이센 (우) 야마가타마사무네 (山形正宗)

 

<닷사이>

한국에서 매우 인기있고 줄도 길어서 호기심에 마셔봤는데 음... 유명세에 비해 취향은 아니었다. 깔끔한 맛 좋아한다면 추천!

 

<호라이센>

- 준마이다이긴조: 리치 등 과숙열대과일의 향이 나는 것이 재미있다. 전반적으로는 말 그대로 준수한 정도의 맛. 나머지 라인업은 그닥....

 

<야마가타마사무네>

- 마로라: 바나나와 과숙과일을 연상시키는 달달하고 찐득한 향과 맛

 

(좌) 카츠야마(勝山) (중) 츠쿠시 (우) 고쿠(吾空)

 

<카츠야마>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한다.

- Lei: 매우 달달하다. 달달하면 바나나. 바나나의 향과 맛이 일관적이다.

- 아카츠키: 무려 술을 원심분리기에 때려박는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러면 공기접촉과 산화를 방지하면서 맛을 카스(술지게미) 쪽으로 보내며 향을 살아있게 할 수 있다고 한다....는데 잘은 모르겠다. 바닐라와 메론 계열의 복합적이고 달달한 과실향을 가지고 있다.

 

<츠쿠시>

- 킨타로: 보리의 구운 향이 매우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 쿠로 스페셜 에디션: 복합적인 감칠맛과 깊은 곡물향이 느껴지지만 자세한 표현이 어렵다.

 

- 고쿠: 단식증류 보리쇼츄를 오크배럴에 4년 이상 숙성했다. 달달한 바닐라 향이 쫙 퍼지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다. 이게 동양의 위스키 인가?

 

 

 

아래는 사진이 없는 후기이다.

 

<쵸요후쿠무스메>

- 준마이긴조 히이레: 쌀 특유의 단 향이 느껴지지만, 맑은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청명한 팔레트가 특징적이다.

- 준마이슈 무로카나마겐슈: 준마이긴조와 비슷하지만, 지카구미 제법으로 탄산감이 잘 살아있다. 그러나 오프노트스러운 누룩취가 지속적이다.

 

<에미시키 센세이션>

- 화이트: 긴조향이 잘 살아있으며 알콜취도 잘 잡았다. 매우 무난하다.

- 토쿠베츠준마이: 묽은 사과즙 느낌에 미약한 매운맛이 느껴진다. 많이 먹으면 물릴 수도?

- 토쿠베츠준마이 골드: 누마즈가 생각나는 정겹고 뭉글한 누룩향이 있다. 맛은 굉장히 열대과일 (파파야, 리치)스러운 것이 꽤나 재미있다.

- 준마이다이긴조 아카이이토: 굉장히 프루티한 단맛이 지배적이며 파인애플 뉘앙스가 있다. 상당하다 이거. 찐득한 과실이 퍼지며. 야마다니시키의 화려함이 두드러진다.

- 몬순 긴후부키 키죠슈 히이레: 쌀 특유의 누룽지 같은 짭조름한 단맛이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별루....

 

해장 짬짜면

 

해장할 겸 근처에 있는 중식집에서 짬짜면을 먹었다. 중식 안 먹은지 오래되서 둘 다 땡겼기 때문. 생각보단 맛있었다.

 

이후 기숙사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잠시간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자정이 되어서야 부활했다. 일어나자마자 달려가 물을 마셨는데, 생명수란 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정작 집어온 것은 다 증류주다. 고쿠와 구메센 블랙 5년을 집어왔다. 사케는 한번 따면 혼자 다 마시거나 도네로 뿌려야 하는데, 혼자 먹긴 부담스럽고 같이 마실 자리는 별로 없어 구매를 망설인 면이 없잖아 있다. 그냥 눈 딱 감고 질렀어야 하는데... 얼척이 없다.

 

이번 사케페스티벌을 통해 초심자의 입장에서 내 혀를 믿고 맛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을 어느 정도 정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프루티하고 과실이 뿜뿜하거나 니고리자케 등 기합 넘치는 술을 좀 더 파봐야겠다. 긴 후기를 읽어 주셔서 (스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다음 사케페까지 숨 참겠다.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