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 시즈오카-야마나시: 4. 여기 뭐 하는 곳인가요? (3일차a - 미노부)

다음날 살아남은(?)부활한 사람 두 명은 간단히 녹차를 우려 마신 뒤 온천에 들어갔다. 많은 온천장이 매일 남녀 대욕장을 바꾸는데, 두 대욕장이 구조가 다른 경우가 많아 한 곳만 경험하기에는 아무래도 손해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니 다음날 아침에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2일차 대욕장 노천온천에는 유니크한 히노끼 탕과 항아리탕이 있었고, 아침 이른 시각인지 이용객이 아무도 없어 꽤나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상쾌한 겨울의 아침 공기를 느끼며 피로를 풀 수 있는 노천 항아리탕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나무나 정원 등 조경도 잘 되어 있어 눈이 심심하지 않았다. 고요한 힐링의 시간... 온천을 끝낼 때쯤 되니 슬슬 다른 숙박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간단한 입욕을 마치니 몸상태도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 다만, 음주 직후의 과도한 입욕은 삼가도록 하자.


온천을 마치고, 식사를 위해 다시 식당으로 이동하여 간단한 조식을 먹었다. 메뉴는 호텔 조식인 만큼 굉장히 티피컬하였는데, 거기에 몇 가지 일본 가정식이 곁들여진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믈렛은 최고였다. 진짜 4개정도 먹고 싶었는데 참았다.
와중에 산천어를 크로와상에 끼우고 크림양파를 올린 상당히 도전적인 샌드위치를 발견해서 시식해 보았으나, 그저 과잉된 아방가르드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진짜 저건 좀 아니었다. 괴식이다.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시모베온센역 인근으로 산책을 떠났다.








역 앞에는 정말 뭐가 없다. 음식점 몇 개와 시모베 호텔, 신축된 시모베온천 대중목욕탕 건물, 건물 몇 개, 온천거리로 들어가는 도로 정도가 끝이다. 단 시모베온센역 앞에는 바이게츠라고 하는 기념품점이 있는데, 헤야캠 3분짜리 한 화 나왔다고 온갖 굿즈와 장식물이 도배되어 있다... 미노부 난부 여기는 정말 진심이다.

















아무튼 이 가게에서는 모나카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는 '카쿠시모나카'라는 모나카도 있다. 카쿠시모나카와 린즙&나데시코즙(진짜 포도즙 이다. 술 아니다. 어이가 없네)을 사갖고 나와. 헤야캠 장면처럼 벤치에서 카쿠시모나카를 먹었다. 건포도 맛이었다. 겨울이었다.



시모베온센역 인근에는 긴잔노유 박물관이 있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아오이 버전으로만 알지, 공식 설화는 나도 박물관을 안 가서 모른다. 사실 뭐 대충 시모베 강 안쪽 유노오쿠에서 금 채굴이 이루어지긴 했으니 그 탓이 아닐까 싶다. 애니에 나오는 족욕탕만 가겠다는 마인드로 방문하였다.
시모베 강에 놓여진 인도교를 건너 긴잔노유 박물관 쪽에 족욕탕이 있는데, 인도교부터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녹슬어 있는 등 굉장히 낡아 시간의 흐름이 멈춘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다니는 사람 지나가는 걸 인식하는지 인도교를 건너는 동안 놀이동산 음악이 골짜기에 울려퍼지니 참 을씨년스러웠다.






일본 유튜버 중에 여길 방문한 사람의 후기가 있었는데, 미지근했다는 말과 달리 다행히도 직접 담가 보니 어느 정도 따뜻했고, 생각보다 유황 느낌도 강했다. 방명록도 있었는데, 펜도 없고 관리가 안 되고 있는 듯했다. 어느 정도 담그고 있다가 호텔에서 챙겨온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다시 길을 나섰다.


헤야캠에서는 역 근처의 온천마을만을 잠깐 다녀가는 식으로 등장하는데, 온천장을 이용하는 경우 사람이 없고 한적하면서도 시설이 옛날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레트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천 안쪽의 오지(유노오쿠)에는 에도 시대 고가옥이 남아 있기도 하다. 참고로 이 유노오쿠를 따라 산맥을 넘어 후지산 권역(시즈오카)로 넘어가는 산길 또한 존재한다.
사실 시모베온센에서 2박정도는 하고 싶었다.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렇게 큰 스케일의 여행을 처음 기획해 보았던 바 계획수립의 감각이 전혀 날카롭지 못했던 것 같다. 나중에 2트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소박한 여관촌에서 쇼와의 정취를 느끼며 조용히 쉬어가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어쨋든 체크아웃을 하고, 먼저 미노부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미노부 우체국을 들리기로 했다. 미노부 우체국은 2기에서 나데시코와 에나가 연하장 배송 알바를 하며 등장하는 곳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는데, 생각보다 둑 경사가 급해 편안하게 앉아 있을 만한 곳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확실히 야마나시에서는 강한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게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매우매우 상당한 삼륜바이크를 발견했다.... 전시중이어도 놀랍고 그게 아니어도 놀라울 것 같다. 진짜 저런게 오타쿠지 ㅇㅇ



이어 미노부산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쿠온지로 향했다. 쿠온지는 일련정종(니치렌)의 총본산으로, 규모가 매우 큰 불교사찰이다. 특히 1100m에 육박하는 미노부 산 정상을 잇는 삭도가 운행 중으로, 유루캠에서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나데시코 등이 방문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평시 운행시간은 일출 한참 뒤인 9시 이후부터이다.








그러나 막상 방문했더니 로프웨이가 운영 중지라고 한다... 전날부터 그렇지만, 운휴 등은 방문 며칠 전에 미리미리 체크해서 업데이트하도록 하자. 심지어 갑자기 비까지 내렸지만, 경내 풍경을 감상하며 아쉬운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랬다.








쿠온지를 내려오는 도중, 공식적인 성지는 아니지만 유루캠 관련으로 유명한 카페를 방문하였다. 카페 내부에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유루캠 굿즈들이 있으며, 유루캠 콜라보 메뉴도 존재한다. 그 외에 유루캠 작가들이 방문하여 그림을 그려주고 가기도 한 것 같다. 또한 교류 노트 8권까지 있어 성지순례를 감행한 유루캠 팬들의 흔적을 볼 수 있...

???????????
뭐요?

대 대 대

아무튼, 후지산 아트가 올라간 음료를 마시며 가게 굿즈를 돌아보니 시간이 훅훅 갔다. 마스터도 백발의 수염을 멋지게 기른 일본 만화에나 나올 법한 스타일이고 친절하셔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우중충한 날에 평일인데도 우리 외에 다른 방문객 한 분이 있었고, 심지어 우리가 떠날 때는 서양인 관광객까지 들어왔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고트 만화 유루캠.














카페를 나와서는 미노부 역으로 향했다. 미노부 역 인근에는 아담한 상가거리가 조성되어 있으며, 기념품 가게와 강변공원 등이 꾸며져 있다. 특히 유명한 것은 <에이쇼도>의 '미노부 만쥬'로, 사실 이쪽 지역이 딱히 알려질 만한 이유 따윈 없지만 아무래도 유루캠 때문에 엄청나게 유명해졌다. 아예 구글맵에 미노부만쥬 벤치라고 따로 등재될 정도이니...











미노부 만쥬는 꽤나 맛있었다. 푸석푸석한 일반 만쥬와 달리 퐁신한 보리빵이 감싸고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Barley스러운 뉘앙스가 나는 것이 좋았다. 나데시코가 벤치에서 산 것을 다 먹어버리고 더 사온다고 뛰어갔다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먹을 용도로 8개들이 팩을 구매하였다.





성지순례는 다 끝냈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상한 기념품점이 있어 잠시 들렀다.






수상하다.... 아무튼 여쭤보니 유루캠과 걸판을 좋아하시고 최애가 마코라고 한다. 여기서? 미노부에서? 가게를? 쩐다....

아무튼 계속해서 성지순례를 진행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노부 중심상점가로 차를 몰았다.


미노부역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마트 <미노부 셀바>에 방문했다. 이곳은 이누야마 아오이가 작중 캐셔로 알바를 하는 장소이며, 캠핑 식자재를 사는 모습의 배경으로 잠시 등장하기도 했다. 작중에선 바로 옆의 주류상점에서 치아키도 알바를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주류점이 없어지고 불랑제리로 바뀌었다.




















(* 스크린샷은 추가로 향후 찍어 추가할 예정이다)
마트 자체가 테마파크다. 이곳에서 후모톳파라 산장에서 사용할 식재료(라면, 고기, 채소, 달걀, 음료 등)를 구매해 출발했다.
사실 이후 일정은 중간에 길을 몇 번 잘못 들어서 시간을 까먹었기 때문에 너무 급한 템포로 진행한 점이 아쉬웠다. 국도 360번 '모토스미치'를 주파하고 후지산 순환도로를 달려 후모톳파라까지 5시에는 도착해야 했던 것이 큰 제약이었다. 진짜 이때부터 오후5시까지 정말 정신없고 파란만장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한다.